본문 바로가기
카테고리 없음

뜨거웠던 하루를 보내고

by chup 2020. 6. 4.
코로나로 등원이 중단된지 일주일 되던 아침 2020.2.29

우와
쌔근쌔근 잠든 너 그것도 혼자서.

팔베개가 필요 없어진 것은
유치원 등원을 시작한 즈음인지, 아니면 높아진 기온 때문이었던 지
어떻게든 꼭 숨 막히게 꽉 안겨있다가 잠이 들 때쯤 스르르 돌려 눕던 너였는데
엄마가 씻고 있으면 화장실 앞에서 보초 서던 네가
언젠가부터 아빠랑 같이 기다려보더니
아빠 옆에서 깜빡 잠도 드는 때도 생기더라
며칠 전에는 아빠에게
내 방이 있으면 좋겠어요 라고도 했다지
혼자 잘 수 있다고.

정말이네
정말이었어
우리 큰 애기(네가 나에게 이렇게 불러달라고 부탁했지 )
정말
많이 자랐다


엄마 욕실에서 자기 전 마무리하는 동안
혼자서 스스로 침대에 누워
커버가 벗겨진 내 베개를 두고 ‘와 ~ 속은 이렇게 생겼구나
정말 말랑말랑 쫀득하다~‘
토퍼를 세탁하느라 제거하고 누운 침대가 뭔가 달라졌다며 말하는 귀여운 너의 재잘거림은
어느새 너를 꿈나라로 이끌었구나

빨갛게 온 몸 군데군데 부어오른
무언가에 물린 자국은
간지러움과 열감을 동반하고

티브이를 보며 쉬던 중
어른들이 앉아서 허리 아플 때 하는 것처럼
주먹으로 허리를 쿵쿵 쳐서
순간 허리가 아픈가 했더니
두 군데가 너무도 염증반응에 부어올라 있었다
긁자 말라는 엄마의 조언 같은 잔소리를 귀담아듣고 쿵쿵쿵.

일련의 시간 속에 이젠 다 지워졌을 치료 로션을 나는 지금 네 등과 몸 곳곳에 발라주고
냉팩으로 식혀주고
간간히 부채를
부치고 있다
쌔근쌔근

가끔은 드르렁드르렁 쿨쿨
하는
너의 숨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자니
마음이
안정된다
낮동안
소용돌이치던
걷잡을 수 없을 것 같던 피해의식괴 분노와
갈 곳 없는 화가 너에게로 톡톡 날아가 꽂히고
여전히 넌 그럴 때마다 나를 이해하는 말을 해주었고

엄마의 냉커피를 사며 함께 먹고 싶었을 아이스 초코를
2시간은 참고 기다려 집에서 마셨고
(왠지 단호한 엄마의 눈치를 보았던 거니 )

많이 놀지도 못했다며
하루의 마감을 아쉬워했지만
반은 뻥일지도 모를
“내일 하루 종일 엄마랑 같이 놀자~”하는 나의
말에 만족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던 너

사랑스럽다
사랑한다
사랑이 넘치는
내 아들
큰아기

다섯 살 너의 인생에 지금 자그마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
방지턱이 살짝 올라와있네
웃음만 넘치고
쾌활하게 여기저기기 활동해야 하는데 제약이 너무나 많고
유치원도 원할 때 갈 수가 없지만

너는

어떤 방법으로든 자라나고 있네
바라보는
너의 눈에
자신감 있는 엄마로 서있고 싶다
너를 언제나 응원하고
누구보다 믿고
항상 영원히 사랑할 내 아기
내일은
오늘보다 더 사랑할게